北 국가정보국, 송금 브로커를 탈북민 회유에 활용…“가족 품으로 돌아오라”

北 국가정보국, 송금 브로커를 탈북민 회유에 활용…“가족 품으로 돌아오라”


북한 정보기관 요원과 송금 브로커를 형상화한 AI 생성 이미지/엔케이타임즈

엔케이타임즈는 최근 북한 국가정보국(옛 국가보위성)이 북·중 접경지역의 송금 브로커들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집중 취재했다. 취재 결과, 국가정보국은 북한 내부의 일부 송금 브로커들을 통제·관리하며 탈북민 관련 정보 수집은 물론, 포섭과 귀환 회유 공작에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가정보국 요원들은 북·중 접경지역의 송금 브로커들이 구축한 해외 연락망을 통해 탈북민의 신상과 가족관계 등을 파악하고, 이를 정보 수집과 공작 대상자 접근에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일부 송금 브로커들은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민과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에게 접근해 신상정보 등을 파악하거나 국가정보국 측 요구에 협조하도록 압박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을 매개로 탈북민의 귀환을 회유하거나, 국가정보국 측과 협력할 대상을 물색해 연결하는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같은 국가정보국의 공작 방식은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대북 송금 브로커들의 증언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엔케이타임즈는 국가정보국 측으로부터 정보 제공과 협조 요구를 받았다는 중국 현지 대북 송금 브로커들을 직접 접촉해, 이들이 받은 제안의 내용과 요구 방식 등을 들어봤다.

♦송금 브로커 A씨

-국가정보국 요원이나 북한 내부 송금 브로커들로부터 협조 제안을 받은 적 있나, 있다면 언제부터 받았나.

“그 사람들(정보국 요원 또는 북한 내부 송금브로커)로부터 자기네 스파이 노릇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은 지는 꽤 오래됐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보위부(정보부) 사람이나 그들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북한 내부 송금 브로커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그 과정에서 가족을 빌미로 제안이 들어온다. 자기네랑 친하게 지내면 가족의 안전은 기본이고, 송금 수수료도 무료로 해주겠다고 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요구받나.

“송금자의 이름과 나이, 탈북 연도,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디서 사는 지 등 별의 별 정보를 다 요구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요구하거나 시킨다고 해서 다 할 수는 없다. 아는 것도 없지만, 내가 아는 내용을 모두 알려주면 관련자들이 잡혀가 처벌을 받게 될 텐데,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가족이 아직 그 땅에 있는 만큼 아예 무시할 수도 없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에서만 말해준다.”

♦송금 브로커 B씨

-북한 국가정보국이나 북한 내부 송금 브로커들로부터 협조 제안은 언제부터 받았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해에 받았다. 원래 연락하던 (북한)언니가 소식이 없다가 3개월 만에 연락이 왔다. 여기 일 좀 도와주면 나도 좋고 너한테도 좋은 일이라며 제안을 해왔다. 이 제안을 받은 후 ‘이 언니가 체포됐다가 풀려났구나’라고 생각했다”

– 국가정보국 측의 요구를 거부할 수는 없었나.

“그 사람들이 내가 어디 출신이고, 가족은 누구며 어디에 살고 있는지 다 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제안을 정면에서 거부하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협박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안다. 그런 상황에서 거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간을 두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후 어떤 결정을 했나

“사실상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렇다고 정면으로 거부할 수도 없어 협조하는 척하면서 전화를 잘 받지 않거나, 때로는 엉뚱한 정보를 주는 식으로 대응했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이런저런 방식으로 협박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엉뚱한 정보를 주면 상대방도 금방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다. 그러면 ‘우리를 놀려서 좋을 게 없다’는 식으로 협박해 오기도 한다. 곤란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럴 때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척하거나 일부러 우둔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 이들이 주로 접근하려는 대상은 누구인가.

“그쪽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보면 주로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다. 특히 평양과 평안남도, 황해도 등 내륙지역 출신 탈북민들을 물색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

– 귀환을 직접 회유하는 경우도 있나.

“북한에 있는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게 한 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라’는 식으로 귀환을 회유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 가족을 내세워 마음을 흔드는 방식이다.”

♦송금 브로커 주선 가족 영상통화는 “귀환 회유로 이어져”

중국 현지 송금 브로커들이 전한 이 같은 귀환 회유 사례는 실제 탈북민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2010년대 초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박 씨는 최근 북한 내부 송금 브로커의 주선으로 수년 만에 가족과 영상통화를 했다고 본지에 밝혔다.

박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가족의 얼굴에 멍이 들어 있었고 상당히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며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안전하고 자유로운 상황에서 이뤄진 통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내가 통화 도중 ‘조국의 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라. 당에서도 다 용서해줄 것’이라며 북한으로 돌아올 것을 거듭 권유했다”며 “절절하게 이야기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괜히 연락한 탓에 가족이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고 털어놨다.

박 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 내 송금망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북·중 접경지 송금 브로커는 국가정보국 공작 통로

북한 국가정보국이 송금 브로커를 공작에 이용하는 배경에는 이들이 북한 내부 가족과 해외 탈북민을 연결하는 핵심 통로라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송금 과정에서 확보한 가족관계와 연락망, 거주지, 직업 등의 정보를 탈북민 동향을 파악하는데 활용될 뿐 아니라, 정보 수집과 포섭, 귀환 회유를 위한 공작 자료로도 이용될 수 있다.

한 대북안보전문가는 “북한 정보기관의 공작 방식이 직접 접촉보다 기존의 신뢰관계와 생계형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더욱 은밀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가족 송금과 연락망처럼 탈북민들이 쉽게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가 공작 수단으로 이용될 경우, 당사자들이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에 노출될 뿐 아니라 탈북민 사회 내부의 불안과 상호 불신까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공작은 개별 탈북민에 대한 정보 수집과 포섭을 넘어 해외 탈북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송금망과 가족 연락망을 이용한 북한 정보기관의 대외 공작 활동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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