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앙부터 말단까지 지휘체계 재정비…‘유일영도’ 고삐 죈다

北, 중앙부터 말단까지 지휘체계 재정비…‘유일영도’ 고삐 죈다


지난 2월 북한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북한 당국이 최근 당 중앙에서 하부 말단단위에 이르는 지휘체계를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제시한 과업이 일선 조직까지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당내 지휘·통제를 한층 강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31일 엔케이타임즈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각급 당위원회에 “당의 사상과 영도의 유일성을 핵으로 하는 특유의 정치풍토를 확고히 다지는 데 선차적인 주목을 돌려야 한다”는 내용의 지시를 하달했다.

당국은 이번 지시에서 각급 당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 당원들의 정치의식과 정치적 활동성을 높이는 사업을 정치건설의 중요 과제로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당 사업의 내용과 방법을 현실에 맞게 지속적으로 심화·개선하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문은 김정은 중심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기층 조직까지 뿌리내리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유일적 영도체계는 모든 정책과 사업을 최고지도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집행하고, 하부 조직이 당 중앙의 지시와 방침에 맞춰 움직이도록 하는 지휘 구조를 뜻한다. 각급 당위원회의 역할을 높이라는 것도 당 중앙의 결정이 일선에서 흔들림 없이 집행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당국이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을 거듭 강조하는 배경에는 장기화된 경제난과 정책 성과 부진 속에서 일선 간부들의 보신주의와 책임 회피가 확산하고, 당원과 주민들의 정치적 긴장감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즉 하부로 전달되는 정책이 왜곡되거나 형식적으로 집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시·보고 체계를 다시 다잡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 지시에서 말하는 ‘정치의식 제고’는 당원들의 자율적인 정책 평가보다 당과 지도자의 결정을 충실히 받아들이고 집행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의미에 가깝다. 이에 따라 정치적 활동성을 높이라는 주문은 학습과 강연, 생활총화, 자아비판, 노력 동원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 사업의 내용과 방법을 개선하라’는 요구도 같은 맥락이다. 통제를 완화하기보다 당원과 주민들의 동향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정책 집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다만 통제가 강화될수록 일선 간부들의 솔직한 보고가 위축돼 성과를 부풀리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식통은 “당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책임은 당의 노선이 아니라 일선 당위원회의 역할 부족이나 당원들의 낮은 정치의식으로 돌아간다”며 “주민들이 겪는 생활고마저 경제·행정 문제가 아닌 충성심과 사상 상태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은 어릴 때부터 반복해서 들어온 충성 구호와 사상교육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당국이 새로운 지시나 방침을 내릴 때마 새로운 정치적 과제처럼 제시하지만 주민들에게는 수십 년째 같은 반복적으로 듣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