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엔케이타임즈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청진시를 비롯한 시내 공장·기업소들에서 조직별 망년회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며 “연말에 이런 분위기를 체감하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망년회는 한국의 송년회와 유사하게 한 해 사업을 총화하고 새해 과제를 다짐하는 자리다. 통상 오전에는 사업 성과를 평가하는 모임을 열고, 오후 퇴근 무렵에는 간단한 음식을 마련해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마무리한다. 특히 올해는 물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생활고가 심화된 가운데서도, 망년회가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공동체 결속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청진시의 한 직장에서는 27일 망년회를 앞두고 여성 근로자들이 음식 재료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올해는 노동자들에게 망년회비를 별도로 걷지 않아 분위기가 더 살아났다”고 전했다.
과거 직장 단위 송년 행사는 비용을 개인별로 할당하거나, 이른바 ‘8·3 노동자’가 납부한 자금으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식 임금이 사실상 생활비로 기능하지 못해 직장 차원에서 행사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2023년 이후 임금이 인상되면서 올해는 망년회 비용을 월급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곳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별도 모금이 줄면서, 가정이 있는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집에 가서 돈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부담’이 크게 덜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돈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집에서 어떻게 말을 꺼낼지부터 걱정했다”며 “올해는 그런 부담이 없어 모두가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망년회를 기다린다”고 전했다. 청진시의 한 직장에 다니는 노동자 A씨도 “지금처럼 살기 어려운 때, 직장에 나가도 쌀 1kg조차 집에 들여놓지 못해 가족에게 미안했다”며 “올해는 돈을 따로 내지 않아도 돼 망년회를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직장인들에게 이번 망년회는 가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며 “동료들과 술 한잔 나누며 한 해의 피로를 잠시 풀 수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는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조직도 연말 모임 준비로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 행사와 달리 여맹 망년회는 비공식적 성격이 강하다. 소식통은 “여맹원들은 초급단체별로 1인당 2만 원 정도씩 모아 연말 모임을 조직하고 있다”며 “사업 총화나 비판 분위기보다는 ‘한 해 동안 가족 생계를 책임지느라 고생했으니 함께 모여 쉬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여성의 음주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 과거보다 완화되면서, 술이 모임의 필수 준비물처럼 자리 잡았다는 전언도 나온다. 또한 형편이 어려워 참여를 망설이는 여맹원이 있으면, 여유 있는 구성원이 비용을 대신 부담해 가능한 한 함께 모이려는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모임 장소는 증폭기(스피커)를 갖춘 개인 주택이 주로 선택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음식을 나누며 노래와 춤을 즐기기 위한 목적이며, 코로나19 이후 가계 형편 악화로 한동안 뜸했던 이런 모임이 올해 연말 들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여맹은 대체로 기혼이면서 직장에 다니지 않는 가정주부들로 구성된 단체로 알려져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경제활동을 통해 가계 생계를 사실상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특히 올해 물가 급등으로 여성에게 집중된 경제적 부담과 심리적 피로가 한층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식통은 “이 나라 여성들만큼 고생이 큰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며 “생계와 가족 뒷바라지, 각종 사회 동원과 부담까지 떠안은 이들에게 이번 망년회는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